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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고자하는 욕구에서 많은것이 시작된다. ‘나’의 눈에는 자의로 팔다리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다. 몸의 주인인 ‘나’의 주체성에 대한 물증이 되어주기엔 충분한 장면이다. 그러나 사실 ‘나’ 는 그 자신에게도 어쩌다 운전대를 넘겨받아 몰게된 차 만큼이나불분명한 존재다.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자유로울까? 바다와 하늘을 가르는 수평선을 분필로 그으려는 것만큼 무의미한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복잡하고 엉킨것들 속으로 손을 뻗어 뜻밖의 실마리를 뒤져보는 행위는, 정답을 찾기위함이라기보다는 그 움직임이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숨쉬는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는 데에 더 의미가 있다.

 

내 작업은 단순한 궁금증으로부터 뻗어나와 가지를 친다. 기계를 분해하여 부품을 확인하듯 대상을 구조적, 시각적으로 해체하기. 익숙한 시점을 비틀어 바라보며 대상에게 녹아있는 주관적 함의를 걷어내기. 대상의 일부를 갈아끼우거나 재조립하여 이질적인 물질 객체로 인식하기. 어떠한 대상도 커다란 구조 속의 좌표와 독립되어 있지는 않았다. 각자는 그들이 몸담은 구조의 색깔을 형성하고, 구조는 각자를 그 색깔로 물들였다. 특정 작업의 주제로 언급하기도 한 개인과 공간의 관계 또한 이 상호작용의 한 면이다.

 

한동안 지속된 일련의 활동을 관통하는 맥락은, 내가 항상 대상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실험하는 과학자같은 태도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을 파헤치며, 무의식적으로 그들과 나를 심리적으로 철저히 분리했다. 그 타자화된 대상에는 나 자신도 포함되었다. 내게 오는 많은 감정과 감각은 내 손아귀를 벗어나있었고, 그건 나'도' 나에게 미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이라는 소우주에서 출발한 관심은 느리게 바깥으로 확장되어갔다.

 

최근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쳤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해하기를 욕망해왔을까. 소위 가장 높은 지능의 종이 꾸려가는 세상을 살고있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에, 세상은 계속 유기체처럼 모습을 바꾸며 기쁨과 절망 사이를 불규칙하게 파도타기한다. 이상적인 도착지는 신기루라는 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자. 무언가를 파헤치며 향해가던 지점이 그것이었던 것도 같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불완전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전반적인 내 작업의 성격은 여전하다. 다만 혼란한 대상을 들여다볼 때의 기분은 조금 달라지고있다. 파도의 형태가 거칠어도 잔잔해도 일렁여도 그것은 파도이다. 이해에 반드시 괴로움이 동반되야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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