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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을 믿다
미로의 내부, 벽들이 만들어낸 복도들이 여러 방향으로 이어진 이곳에서는 원하는 것이 바로 눈앞에 있어도 도달할 수 없다. 사람들은 언제나 문과 벽의 개구부를 통해 이동하며, 매번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움직인다.
가끔 문과 벽의 개구부를 통해 공간을 이동할 때 순간이동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단 한 걸음을 내디딜 뿐인데도 말이다. 우리가 흔히 주변의 환경을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인식하는 순간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그러한 공간의 경계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환영일 뿐이며, 인간의 손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각형 벽들로 둘러싸인 방 안에 있기 때문에 그 공간이 ‘실내’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실상은 단순히 외부 공간과 분리된 구조물일 뿐이다.
소설 제인 에어에서 주인공이 작은 방 안에 갇히는 장면이 있다. 이 부분은 아주 오래전에 읽었음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머무른다고 해도 스스로의 방 안에 있는 것과 감금된 방 안에 있는 것이 주는 감각은 전혀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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