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공공의 공간은 언제나 어떤 의미를 갖게 마련이다. 특정한 여러 사람이 운집되는 곳이건 불특정 다수의 유동 인구에 의해 사용되는 장소이건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현재 속한 그 공간에 대해 일종의 기대나 욕망을 지닌다. 그러나 그러한 가치는 벽면에 새겨져있지도 바닥에 비추어져있지도 않다. 지나치는 많은 이들이 공간을 인식하는 방향은 여러가지 갈래로 어긋나며, 항상 일치하지는 않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주체라고 여겨지는 익명의 집단이 공간의 분위기와 정체성을 형성해나간다고 볼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들은 공간에 의해 정의내려진 한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목적에 맞게 그것을 사용한다고 생각하여도 그들은 콘크리트의 집합으로 이뤄진 장소에 어느 정도 지배받을 수 밖에 없다. 비록 일상에선 그것을 크게 느끼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그러한 공간의 복합적인 정체성은 의외로 그 안의 사소한 풍경에도 담겨있을 수 있다. 그것의 사용 목적과 크게 관련이 없어보이는 장소 또한 오가는 사람들의 눈에 의해서 바라봐진다면 단지 건조한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건축물 이상으로 사뭇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얘기이다. 각각의 주관적인 시각들이 모여 결국 그것의 성격을 결정할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다면, 전체적인 공간 혹은 그 일부분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매김하게 될까.

 

  가시적으로 어떤 행위나 사고를 강요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정적으로 존재할 뿐인 공간은 보통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혹자는 문득 이것이 자신을 제한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두께가 1미터도 채 안되는 건물의 외벽을 바라보다가 일수도, 혹은 시간에 따라 규칙적으로 점멸하는 복도의 형광등의 패턴을 인식한 순간일수도 있다. 스스로가 이 물리적인 영역 안에 발을 들여놓고 있고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 그는 자신이 이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될지도 모른다.

 

  직선들이 만나고 일정한 각도와 거리를 유지하며 무너지지않도록 견고하게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공간의 요소들은 안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 이외의 다른 것이 끼어들만큼의 균열이나 틈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단지 공간을 형성하고 있는 어떤 한가지가 논리적인 구조를 거스르기만 해도, 의외로 그것은 쉽게 불안정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된다. 모든것이 아귀가 맞아떨어지게 돌아가는 흐름의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위치에서 본 구도와 전혀 다른 위치에서 본 구도가 공존하거나, 그 각도에서는 나올 수 없는 그림자가 자연스럽게 놓여있다거나 한다는 것이 그런 이야기를 자아낸다. 대놓고 마치 무너지기 일보직전처럼 어긋나있는 것 보다는, 그 불합리한것들이 원래 그런 것인 양 한 프레임 안에 공존해야 한다. 얼핏 보기엔 아무것도 반영되지않은, 그저 재료와 구조들의 집합일 뿐인 공간은 그런식으로 재조합을 거치며 다양한 개인들의 탈출이나 잔존 욕구를 포함하게 된다.

 

  전체 공간의 성격을 크게 대변하지 않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한 구석의 스쳐지나가는 스냅샷에도 어쩌면 이러한 시선과 욕망의 혼합들이 담겨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공간을 구성하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기에, 약간의 혼돈을 내포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일상적인 모습을 하게 될 것이다. 현실과 유리된 망상이 아니라 각각의 현실적인 실재들의 혼합이기 때문이다. 프레임 안의 기둥들에는 여전히 정면과 옆면이 존재하고, 바닥에는 그것들의 그림자가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듯이 말이다. 비록 공간이 실제와 사뭇 다른, (그것을 인식하는 주관적 분위기에 의해 채택된) 생경한 색상들로 구성되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은 여전히 정적으로 존재하는 한 공간의 일부에 불과하다. 개개인들의 시각이 끼치는 영향은 공간을 바꾸지 못하는 것이다. 이 이미지는 반쯤 가상인 그 공간에 대한 단상 중 하나이다.

portfolio

: cr

: fr
: en

@ Jiwun Jeong :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